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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식물 & 나

끝없는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들

2022. 4. 15.

나는 천성이 어두운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년 중 절반은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 좋게 말하면 차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하향평준화되어있다. 그러다 꼭 몇 달 주기로 기분이 미친 듯이 가라앉는다. 침대에만 있고 싶은, 잠만 자는 무기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원래는 나름 항상 깔끔한 편인데 방에 정신 상태가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번엔 코로나로 일주일 격리한 것이 발단이었다. 방에만 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처음에는 좋았다. 죄책감 없이 난 아프니깐 잠만 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격리 후반부로 갈수록 부정적이고 불안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과장해서 말하면 인생의 의미는 뭐고,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정도까지 왔다.

내 일기의 일부이다. 한 없이 자고만 싶어질 때 이 기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난 적는다.

적으면서 원인도 얼추 알았고, 근 몇년간 터득한 '이 시기' 탈출법에 대해서도 정리해봤다.

1. SNS 멀리에 더 신경쓰기 (ex. 인스타, 유튜브 쇼츠 등) >> 조만간 디지털 디톡스편을 포스팅하려 한다.
2. 책 읽기 (자기계발서 제외, 나는 특히 한 번 읽으면 즉시 휘발되는 위로성 책들에 회의감을 갖고 있다)

요즘 빠진 책 (손톱 때 아니고 옷 염색 흔적..)


3. 직접 조리(요리)해 간단하게 한 끼 이상 먹기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것도 괜춘)

우울한 주말에 만들어 먹은 스파게티와 간단하게 아점 먹은 날
또 다른 우울한 주말에 혼자 찾은 카페

3.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 차나 버스보다 훨씬 기분이 환기됨을 느낀다.
4. 무조건 적기 (할 일, 생각,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분석)
위 일기나 아래 사진처럼 To-do를 막 적어 내려간다.

요즘엔 트렐로보다 맥북 기본 메모 사용 중. 폰과 연동돼서 편하다.

포인트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는 것이다. 살 것도 적고 핵심 할 일도 적고, 떠오르는 생각도 모조리 기록해서 뇌를 비운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지워나가는데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

5. 좋아하던 게 무뎌질 때 새로운 자극 주기 (음악, 식물, 취미생활 등)

내 식물을 괜히 한 번 더 들여다 보고, 겉흙이 말랐나 / 새로운 잎이 나나 구경한다. 또, 좋아하는 립들을 괜히 한 번 발색해본다.

무기력할 땐 사고 싶은 것도 없다. 뭔가를 사고 싶다는 게 마냥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이거 한 번 구경하러 가볼까? 살까 말까? 하는데서 뭔가 활력을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6. 자책보단 차라리 작은 것에도 스스로 이만하면 괜찮다고, 아예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슬럼프를 겪고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일상 회복에 실패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전보다 조금이라도 회복되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게 가장 힘든 것 같다. 죄책감' 그 자체를 방어 기제 삼아 난 망했어, 난 불쌍해 이렇게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이 겪은 후로는 이걸 차단하기 위해 회복'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7. 가까운 시일내에 여행 갈 계획 세우기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설렌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인데, 돈/시간 같은 제약이 많이 따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워본다.

사람마다 각자의 무기력 타파 법이 있겠지만 나의 7가지 방법들을 적어보았다. 무기력 매뉴얼을 완성한 느낌이다. 이것도 안 통하면 하나만이라도 지키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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