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성이 어두운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1년 중 절반은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 좋게 말하면 차분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하향평준화되어있다. 그러다 꼭 몇 달 주기로 기분이 미친 듯이 가라앉는다. 침대에만 있고 싶은, 잠만 자는 무기력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엔 코로나로 일주일 격리한 것이 발단이었다. 방에만 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처음에는 좋았다. 죄책감 없이 난 아프니깐 잠만 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격리 후반부로 갈수록 부정적이고 불안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과장해서 말하면 인생의 의미는 뭐고,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정도까지 왔다.
내 일기의 일부이다. 한 없이 자고만 싶어질 때 이 기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난 적는다.
적으면서 원인도 얼추 알았고, 근 몇년간 터득한 '이 시기' 탈출법에 대해서도 정리해봤다.
1. SNS 멀리에 더 신경쓰기 (ex. 인스타, 유튜브 쇼츠 등) >> 조만간 디지털 디톡스편을 포스팅하려 한다.
2. 책 읽기 (자기계발서 제외, 나는 특히 한 번 읽으면 즉시 휘발되는 위로성 책들에 회의감을 갖고 있다)
3. 직접 조리(요리)해 간단하게 한 끼 이상 먹기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것도 괜춘)
3.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 차나 버스보다 훨씬 기분이 환기됨을 느낀다.
4. 무조건 적기 (할 일, 생각,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분석)
위 일기나 아래 사진처럼 To-do를 막 적어 내려간다.
포인트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적는다는 것이다. 살 것도 적고 핵심 할 일도 적고, 떠오르는 생각도 모조리 기록해서 뇌를 비운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지워나가는데서 오는 성취감이 있다.
5. 좋아하던 게 무뎌질 때 새로운 자극 주기 (음악, 식물, 취미생활 등)
내 식물을 괜히 한 번 더 들여다 보고, 겉흙이 말랐나 / 새로운 잎이 나나 구경한다. 또, 좋아하는 립들을 괜히 한 번 발색해본다.
무기력할 땐 사고 싶은 것도 없다. 뭔가를 사고 싶다는 게 마냥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이거 한 번 구경하러 가볼까? 살까 말까? 하는데서 뭔가 활력을 되찾는 기분이 들었다.
6. 자책보단 차라리 작은 것에도 스스로 이만하면 괜찮다고, 아예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슬럼프를 겪고 나서 빠른 시일 내에 일상 회복에 실패하면,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전보다 조금이라도 회복되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이게 가장 힘든 것 같다. 죄책감' 그 자체를 방어 기제 삼아 난 망했어, 난 불쌍해 이렇게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이 겪은 후로는 이걸 차단하기 위해 회복'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7. 가까운 시일내에 여행 갈 계획 세우기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설렌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인데, 돈/시간 같은 제약이 많이 따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획을 세워본다.
사람마다 각자의 무기력 타파 법이 있겠지만 나의 7가지 방법들을 적어보았다. 무기력 매뉴얼을 완성한 느낌이다. 이것도 안 통하면 하나만이라도 지키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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