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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식물 & 나

신체 컴플렉스와 타투 (첫 타투 결심 과정)

2022. 10. 2.

2x년을 아토피로 고통받았음. 지금은 몇 년 전 대학병원에서 신약을 맞고 (정말 기적처럼) 거의 정상으로 생활하고 있다. 물론 가격도 기적적이었지만.. 암튼 shout out to 의학 기술 and 부모님 

하지만 아토피는 나에게 흔적을 남기고 떠났다. 수영을 시작하면서 특히 거슬렸다. 참고로 수영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컴플렉스와 연관이 있다. 아주 어릴 때 빼고 공중목욕탕을 가본 적 없는데 (시선 의식 때문에) 이젠 좀 타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흉터고 몸매고 뭐고 그냥 자의식 과잉 상태가 맘에 안 들었음

암튼 어릴 땐 남들의 하얗고 깨끗한 살이 그렇게 부러웠다. 현재도 부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좀 덜 미워하고자.. 아니면 역으로 나만의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맘에 커버 타투를 결심하게 되었다. (해외에서라도) 민소매 입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었음. 다만 타투 = 문신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그렇다. (나는 가릴 수 있는 부위에 해서 문제가 크게 되진 않았음) 아니 그것보다 나 스스로 받아들일 자신이 있냐, 그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심사숙고 끝에 조건을 걸었다.

1. 옷으로 가릴 수 있고, 내 눈에도 잘 안 띄는 부위:
내 눈에도 잘 안 띄어야 덜 질려할 것 같아서

2. 제대로 커버할 수 있는 크기:
흉터 사이즈가 있다 보니 첫 타투를 왕타투로 받을 예정임ㅎㅎ 개인적으로 미니 혹은 애매한 사이즈보다 어느 정도 큰 타투가 예쁘다고 생각함.

3. 최대한 덜 질리는 도안:
굳이 의미 부여를 하거나, (유행 타는)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음. 따라서 인스타그램을 오래 잠복해 맘에 드는 작업자를 찾았다. > 추상/흐름 타투를 받을 예정

4. 가격 상관하지 않기:
어느 정도 가격대가 있다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몸에 새길 건데 그래야지

5. 구체적인 레퍼런스 많이 모아두기:
타투이스트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원하는 사진이나 설명글을 잘 모아뒀다.

6. 언젠간 어떤 이유에서든지 제약이 따른다거나, 후회할 것이라는 사실 인정하기:
후회하는 글, 영상도 많이 보고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사람인데 정도는 다르겠지만 후회할 날이 오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흉터를 이고 사는 것보다 예술로 간직하고픈 맘이 컸다.

7. 충분한 고민 후 실행하기:
인간 수명은 (내 기준) 그리 길지 않는데 타투에 ('평생'이라는 개념에 집착) 너무 큰 의미부여를 했던 것 같다. (죽으면 어차피 무로 돌아갈 몸..) 실제로 몇 년을 고민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짰지만 막상 작업자에게 연락할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드뎌!! 연락했음 후후 여유를 갖고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참 좋은 것 같다. 

이런 결심 과정을 꼭 기록하고 싶었다. 받고 나서 짧은 후기도 올리겠음. 특히 아토피/흉터 커버업 타투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Photo by Tetiana Shadrin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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