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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여성

반삭 후 8개월 기록 | 악성 곱슬, 미용실에 가기 싫은 이유

2021. 2. 15.
 

여자 셀프 반삭 후기

# 동기 | 후기 | 주변인들의 반응 | 결론 사실 이 카테고리를 생성할 때 고민이 많았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아직 내게는 쉬운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뉘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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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 4개월 차 머리 기록 | 반삭 후 자라는 속도 | 곱슬 머리

샤워를 하고 새벽에 갑자기 글을 남기고 싶어서 급히 써본다. 6월 27일에 반삭 후 거의 4개월이 흘렀다. 현재 상태는 이렇다. 하하하 많이 자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악성 곱슬이라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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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반삭 6개월 차 기록 | 곱슬머리

굳이 내가 제목에 ‘여자’라고 적은 이유는 그 만큼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반삭을 하기 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얼마나 머리는 빨리 자라는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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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들은 반삭 후 그대로 길러온 과정을 담은 것이다. 8개월을 조금 못 채웠지만 이번 기록을 마지막으로 미용실에 다녀온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8개월까지 손질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모자를 쓰며 다녔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 된 기분.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뭐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그렇게 심한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모자를 벗고 다니자는 마음에 큰 맘먹고 미용실에 다녀왔다. 그전에 아쉬워서(?) 찍어둔 사진을 올리겠다. 너무 충격받지 마셨으면 좋겠다. 왜냐면 악성악성 곱슬에 숱도 많고 머리도 안 말리고 그냥 자버렸기 때문에 좀 극적인 사진들이 많다.

머리 감고 멋있게 올려봄
내려봄
뒷 머리 길이
짠!

머리를 감고 쭉쭉 뻗게 만들면 저렇게 번개맨 모양이 가능하다. 악성 곱슬 모발 인증 사진이랄까, 하지만 이건 양반이다. 이제 머리를 안 말리고 안 빗고 자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겠다...

짠! 

워후! 이 상태라 미용실을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가기 전에 맘을 단단히 먹고 가야 했다. 나에게 미용실이란 약간 공포 혹은 피하고 싶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래에서 말하고 결론적으로 매직과 약간의 뒷머리 커트를 받고 왔다.

화장실에서 황급히 머리를 만져봄
사실 처음엔 이렇게 끝내줌... 윌리엄도 아니고 하...
손으로 만졌을 때

결과물이 너무 맘에 안 들어 거울을 보며 손으로 넘기며 만져줬다. 그나마 볼만 한 듯하다. 
아무튼 세상의 모든 악성 곱슬머리를 가진 분들을 응원하고 싶다. 우리들은 미용실에 가면 온갖 수모(?)를 겪기 때문이다.

미용실에 가기 싫은 이유들. 

1) 머리 하기 전 모발 상태를 보고 경악을 함
학생 때부터 그랬다. 매직은 주기적으로 필수로 해야 했는데, 미용실에 갈 때마다 미용사들이 놀랬다. 반응이 대부분 우와, 진짜 심하다부터 경악하면서 사람 민망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았다. 오늘은 특히 심했는데, 그동안 머리를 방치했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거의 내 머리를 외계 생명체 혹은 불쌍하게 여겼다... 그때부터 예감이 안 좋았다.

2) 악성 곱슬 + 숱 많음의 콜라보
매직은 정말 고된 노동이다. 일일이 약을 바르고 고데기로 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숱까지 많으면 티는 대부분 안내지만 싫어한다. 그래서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된다. 그리고 끝날 때쯤 되면 굉장히 미안해진다. 여기 와서 죄송해요... 이런 느낌? 하지만 간혹 머리의 극적인 변화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렇게 말해주면 왠지 죄책감이 덜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또 올게요'는 그다지 바람직한 감사 인사가 아니다. 차라리 '많이 소개해 줄게요'가 백번 낫다.

3) 삭발에 대한 오지랖
이 이유 때문에 그동안 미용실을 가지 않았던 게 크다. 흔히 말하는 숏커트을 넘어선 짧은 기장은 귀찮은 질문이 계속 들어온다. 셀프로 언더컷을 밀기 시작한 후 미용실을 끊었다. 머리 관리에 대한 잔소리도 굉장히 많이 듣기 때문에, 그냥 혼자 버텨보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오늘은 이에 대비해 맘을 단단히 먹고 갔는데, 부족했나 보다. 머리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해서 밀었다고 했는데, 계속 물어보는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길래, 구구절절 설명하기 귀찮아서 탈색하면 매직 못하니깐요, 했는데 '그래도 그렇지' '과감하네' '왜 그랬어요' '여잔데...' 이런 말들을 들어야 했다. 내 성격 상 '하하...' 이렇게 쓴웃음을 짓고 넘어갔지만 이미 맘이 상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모자를 쓰고 다녔다고 하니 '민 거 많이 후회했나 보다...'라고 했다. 이 정도의 오지랖은 좀 힘들었다. 제발 좀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요.

4) 머리 상태, 관리에 대한 오지랖
나는 태초에 날 때부터 머리카락이 얇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머릿결이 항상 안 좋았는데 그걸로 잔소리를 듣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머리 관리에 무신경하긴 하지만... 삭발 이후에 모자를 항상 쓴 것 밖에 없었는데 머리가 굉장히 상했었나 보다. 자꾸 미용사가 '머리가 왜 이러지?'라고 했다. 무안할 정도로 놀라워해서 나도 놀랐다. 악성 곱슬에 손상모는 이리 서럽다. 어르신들 모발이 힘이 하도 없어 헤나 염색을 한다는데, 내 상태가 딱 그렇다고 했다. '젊은이의 모발이 아닌 것 같다'부터 시작해서 '그래서 몇 살인지 물어본 거다' '밥을 잘 안 먹고 다니냐...' 하... 이렇게 돌이켜보니 오늘 미용사는 정도가 심했던 것 같다. 그냥 '머릿결이 매우 안 좋네요.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하고 넘어가면 안 될까요.

5) 추가 금액
곱슬이 심하고 머리가 상하면 항상 영양을 권유받는다. 솔직히 한번 한다고 그렇게 달라질까 싶은데, 강력하게 권유하는 바람에 그냥 해달라고 한 적이 많다. 내가 호갱인 것도 맞다. 할 때와 안 할 때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저렴한 미용실일수록 단가를 맞추려는 느낌이 든다. 아무튼 생각했던 금액의 1.5배 정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론

매직을 주기적으로 하는 것은 시간, 비용적인 측면에서 매우 손해이다. 하지만 안 할 수가 없다. 머리가 폭탄인 것을. 그래서 매직을 대체할 신제품, 신약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그럼 바로 구매할 텐데. 모두들 힘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예상대로 미용실은 나에게 '불편함' 그 자체였다. 그 충격으로 너무 찡찡대는 글을 쓴 것이 아닌가 후회가 밀려온다. 이제는 나에게 맞는 미용실을 찾던지 아니면 미용실을 최대한 덜 가는 방향으로 머리를 한다던지(조금 더 길러서 파마에 도전해보고 싶다.) 해야겠다.
또, 삭발에서 기를 분들은 나처럼 방치하지 말고(있을까 싶냐마는) 어느 정도 손질해가면서 기르는 걸 추천한다. 훗날 미용실에서 들을 잔소리와 머리 상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미리 방지하려면 말이다. 나는 이 단정한 머리에서 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내 개성을 무너뜨리지 않는 스타일을 찾아봐야지. 이제 2개월 단위가 아닌 1년 뒤, 이런 식으로 포스팅해야 할 것 같다. (지루한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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